보험사, 과연 적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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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부담상한제 초과 환급금, 2019년부터 지금까지 보험사가 가져간 환급금 4천800억원에 달해"

지난달 11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금융위원회를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열었다. 금융권 현안에 대한 질의가 오간 가운데 보험사의 본인부담상한제 악용 관행을 둘러싼 논의도 있었다.
본인부담상한제는 개인 소득 분위에 따라 1년 동안 부담해야 하는 의료비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하는 복지 제도이다. 만약 정해진 금액을 넘어설 경우 건강보험공단에서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 재원을 활용해 차액만큼을 돌려준다.

문제는 보험사들이 이 환급금은 실제 손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대부분의 보험사가 환급금 규모만큼 사전에 공제하는 방식으로 실손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 즉, 실손보험금을 지급할 때 그만큼을 깎아서 지급한다는 것. 일부 보험사는 고객에게 건보공단에서 받은 환급금을 입금하라고 하기도 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소송을 걸고 있다.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은 1년 치 의료비가 모두 나온 후 이듬해 8월쯤에 지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받지도 못한 환급금만큼 깎인 보험금을 받은 소비자들은 환급금이 나올 때까지 의료비 부담이 가중되는 셈이 된다.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은 "2019년부터 지금까지 보험사가 가져간 환급금이 4천800억원에 달한다"며 "이 돈은 국민이 납부한 건강보험료이지 실손보험료가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이걸 보험사가 가져가는 게 합리적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금융위는 이런 문제에 대해 기본적으로 보험업계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실손보험은 실제 손해액만큼만 보장하는 상품이라 건보공단에서 돌려받는 금액은 보상할 필요가 없다는 것, 아울러 환급금도 모두 챙기게 되면 이를 악용한 보험금 누수 사례가 늘어날 거란 점도 근거로 삼고 있다.
이날 국감장에 나온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김 위원장은 "실손의료보험은 실제 부담한 금액이 얼마냐를 따져서 그걸 보상하는 것"이라며 "건보공단에서 보상해 주면 그건 환자가 낸 돈이 아니므로 실손보험에서 커버 하지 않겠다는 걸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금융위는 현재 감사원을 비롯한 여러 관계기관과 협의해서 보험사들의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 공제 문제를 두고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기본적인 입장이 바뀌지 않는 한 건보료를 재원으로 만들어진 환급금을 국민이 오롯이 받는 건 힘들 거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만 금융위는 보험사가 환급금을 먼저 공제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에는 개선 의지를 보였다.
김 위원장은 "환자가 상당 기간 시차를 두고 (환급금을) 받게 돼서 어려울 수 있다고 본다"며 "제도를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 관계부처와 협의해 보겠다"고 밝혔다.


"안 찾아간 보험금만 8천억원, 고객이 보험사의 돈 불려주지만..."

가입자가 받아야 할 보험금이나 해약환급금이 있는데도 찾아가지 않는 돈, '휴면보험금'이라고 한다.
보험사들이 잠자는 보험금을 찾아가라고 안내하고 있지만, 규모는 매년 늘어 8천억원을 훌쩍 넘는다.
지난해 7월 말 기준 휴면보험금은 8천300억원을 기록하는 등 매년 늘고 있지만 '몰라서 못 받은' 경우가 71%로 가장 많다.
보험업계는 휴면보험금을 안내하고, 서민금융진흥원을 통해 보험금을 타가도록 독려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한게 현실이다.
휴면보험금은 이미 소멸시효인 3년이 지난 돈으로 고객이 법적으로 돌려받을 권한은 없지만, 공익 차원에서 나중에라도 보험사에 청구하면 받을 수 있다.

문제는 휴면보험금의 대부분을 보험사들이 자신들의 자산에 포함시켜 관리하고 있다는 것, 그러다 보니 고객 돈으로 보험사 배만 불리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동건 /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정책팀장: 보험사 (휴면보험금) 갖고 있으면 그거 가지고 운영해가지고 수익 내잖아요. 근데 그거 수익이 난다고 그거를 보험 계약자한테 돌려주지도 않잖아요. 그러니까 사실은 그냥 (고객이) 공짜로 (돈을) 빌려주는 거죠.]
휴면보험금이 보험사들의 배만 불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청구권이 없는 돈으로 이자를 불려 고객에게 돌려주는 건 위법"이라며 "오히려 관리비가 더 들 것"이라는 반응이다.

휴면보험금은 결국 가입자들의 돈이다. 그런 만큼 휴면보험금을 통한 이익은 얼마나 발생하고 어느 곳에 사용되는지, 또 어떻게 운용돼야 하는지 등 관리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7개 보험사, 풍수해보험으로 4년간 1천183억원 지급차액 거둬"

 

최근 기후변화로 재난재해가 빈번해지면서 풍수해보험 관심도가 높아지자 가입자 수 및 원수보험료는 증가하고 있지만 보험금 지급 규모는 오히려 줄고 있다.

 

정책보험 상품이 '보험사 배 불리기'에만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풍수해보험 가입자 수는 개인과 기업을 합쳐 2020년 42만8천561건에서 2022년 72만6천127건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5월까지 23만9천703건이 가입됐는데, 5월 이후 본격적으로 가입하는 상품 특성상 올해 가입 건수는 지난해 수치와 비슷하거나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까지 풍수해보험을 취급한 보험사는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농협손해보험 등 5개사였으며 2022년부터는 메리츠화재, 한화손해보험 등이 추가돼 7개 보험사가 상품을 판매 중이며, 취급 보험사 증가에도 상품 1건당 평균 보험료는 오르는 추세다.

 

평균 보험료는 2020년 개인 43만5천746원, 기업 3만2원에서 2022년 52만8천200원과 4만6천5원, 올해는 73만9천938원과 9만5천177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가입자가 증가하고 평균 보험료가 오르면서 원수보험료는 늘었지만 보험금 지급은 오히려 줄어 보험사 수익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원수보험료 규모는 2020년 357억원에서 2022년 721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보험금 지급 규모는 2020년 255억원에서 2022년 232억원으로 10% 가까이 줄었다. 이에 따라 원수보험료 대비 보험금 지급 차액은 2020년 101억원에서 2021년 270억원, 2022년 489억원으로 급증했고, 올해(321억원)분까지 합치면 4년간 7개 보험사가 풍수해보험으로 얻게 된 보험금 지급 차액은 1천183억원에 달한다.

 

 

 <양정숙 의원실 제공>

 

2020년부터 올해 5월까지 보험금 청구 건수 대비 보험금 지급률은 개인의 경우 76%, 기업의 경우 60%로 나타났다.

풍수해보험 실무편람에 따르면 기업이 가입하는 주택 상품의 경우 '소파 미만 손해'처럼 경미한 손해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면책조항이 있어 지급률이 더욱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양정숙 의원은 "피해 국민들이 위기를 극복하고 이른 시일 안에 재기할 수 있도록 보험사는 보험료 청구 건수 대비 지급 비율을 더 높여 나갈 필요가 있다"며 "소소한 손해부터 충분히 보상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 및 당국의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험사의 손해율이 상승하면, 보험금 누수의 원인 첫번째로 보험가입자의 탓으로 돌려 보험료를 올림으로써 폭탄 돌리기를 하거나, 보험금 지급기준의 벽을 높이고 있고, 두번째로 병원의 비급여 진료비 과다 청구를 지목해 왔다. 정확한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정보가 없다 보니 병원마다 같은 진료를 해도 비용은 천차만별이다. 병원이 비급여 진료비를 부풀려 실손보험 청구를 하다 보니 손해율이 높아졌다는 주장이다.



통계를 기반으로 하는 보험에는 많은 숫자가 등장한다.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는 보험사 포함 각종 금융권역별 경영,재무 등을 알수 있는 핵심경영지표와 보다 자세히 들여다볼수 있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이 있으며, 보험협회공시실은 보험사의 보험료 인상률과 손해율 등이 통계치로 나와 있다. 하지만 보험사들이 공개한 통계치는 일반 국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우며, 보험금 누수의 원인을 '남 탓'으로만 돌리고 있는 보험사의 적자이야기, 과연 얼마나 많은 국민이 이를 이해하며 공감할 수 있을까.  

 

 

 

정예원 기자  clrara_j@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