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의 수상한 의료자문 … 동의?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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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연합뉴스]

  

 

실손보험회사가 심평원(건강보험심사평가원)인가? 보험금 지급에 심사기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보험사가 자문비를 지급하는 자문의사를 내세워 실질적인 심사를 하는 건 문제이다.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 거부 수단으로 의료자문의 제도를 여전히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자문이란, 의료법 77조에 규정된 전문의에게 피보험자의 상태에 대해 의학적 소견을 구하는 행위를 말한다. 보험사는 피보험자가 정말 수술이 필요한 상황인지, 꼭 입원을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자문 의사에게 확인을 요청하게 되는데 이때 피보험자에게 동의를 구하는 것이 의료자문동의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보험사가 모두 부담하게 되는데,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비용을 들여서라도 의료자문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

 

# 사례_ 충남에 사는 배 모 씨는 지난해 2월 서울 강남의 한 안과에서 백내장 렌즈삽입 수술을 받았다. 얼마 후 가입한 A보험사에 보험금을 신청하니 과거 다녔던 병원의 진료내역이 필요하다며 의료자문 동의를 받아갔다. 그러나 과거 진료받았던 병원이 아닌 제3의 병원에서 의료자문을 받은 뒤 과잉진료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배씨는 기존 병원 진료 이력을 본다고 하면 이해가 가겠지만 가본 적도 없는 병원에서 의료자문을 받는 건 무슨 경우인지 모르겠다며 황당해했다.

 

의료자문 동의서에 서명을 하는 순간, 보험사에게 저를 치료한 의사의 소견이 없더라도, 보험사 측에서 자문을 맡기는 의사에게 저의 의료진단 서류를 통한 몸 상태에 대해 판단을 내리는 행위에 대해 동의합니다.”라는 약속을 하게 되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실제 나에 대한 몸 상태를 한 번도 직접 확인하지 못한 의사가 의료기록 서류 단 몇 장으로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을까? 이를 기반으로 보험사가 보험금을 삭감하거나 지급을 거부하는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다.

 

보험사 측에서 보험사 의료자문동의서에 서명을 요구한다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보험사에서도 피보험자의 서명을 받지 못하면 의료자문을 시행할 수 없다. 의료법 위반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전문가와 함께하는 보험사를 상대하는 것은 시작부터가 너무 불리한 게임이다. 자문을 받는다면 분쟁에 필요한 공신력 있는 학회에 자문을 받는 게 맞다는 조언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12.17. 선고  2018가단5079809 판결에는 원고(계약자)와 피고(보험사)가 장해지급률에 대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는 때에는 원고와 피고가 동의하는 제3자를 정하고 그 제3자의 의견에 따를 수 있다는 규정이지 원고가 반드시 제3자의 의견에 따라야 하는 의무규정은 아닌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피고의 제3자에 대한 감정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를 원고의 책임 있는 사유로 보험금 지급이 지연된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4월 보험사기 예방 모범규준을 개정하고 실손보험금 누수 방지를 위해 보험금 심사 기준을 강화해달라고 요청한 이후 소비자고발센터에 접수된 보험금 부지급 민원이 폭발적으로 늘어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손보사들이 백내장 보험금 지급 거부 관련 담합을 했는지를 살펴보기 위한 조사를 하기도 했다. 실제로 보험금 부지급 관련 민원은 백내장 도수치료 갑상선 고주파 절제술 하이푸시술 하지정맥류 수술 비밸브재건술 체외충격파치료 맘모톰 MD크림피부질환 등 금감원에서 발표한 ‘9개 비급여 항목에 집중됐으며, 이 과정에 선의의 피해자 발생도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생명보험은 보험금을 전액 지급하거나 아예 지급하지 않는 것이 맞다며 생보사들이 의료자문의 소견을 이유로 보험금을 전액 지급하지 않고 깎아서 지급하고 있다고 했다. 손보사 역시 A법무법인 공동소송 보험사 리스트 분석해본 결과, 메리츠화재 KB손보 현대해상 DB손보가 소송의 60%를 차지하며 500건 이상 소송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본인부담상한제로 인한 보험사의 보험금 부지급 문제 역시 국민이 준조세로 납부한 건강보험 재정으로 사기업인 보험사를 지원하는 꼴인 형국에, 보험사가 이런저런 이유로 보험금을 부지급하는 사례가 많아 괜히 보험을 들었다며 다시는 보험에 가입하고 싶지 않다는 후회의 목소리가 크다. 한편에서는 국민과 금융소비자의 보호에 앞장서야 할 금융감독원이 오히려 보험사 관리 감독에 소홀하여 소비자의 더 큰 피해를 키운다는 지적도 많다.

 

 

정제이 기자

 byeolbam@kakao.com